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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권력 정치적 퇴로는 중국뿐(장진성)
Korea, Republic o 퍼온글 0 529 2011-12-21 11:01:25

북권력 정치적 퇴로는 중국 뿐

동아일보 12월 21일 장진성 칼럼

 

TV에서 김정일 사망 특보가 알려질 때 이 순간을 기다려 온 나이지만 이상하게 금방 차분해지는 느낌이었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반드시 오고야 말 것이라는 평소의 확신 때문만은 아니었다. 북한에서 김일성 사망을 체험했던 그때의 충격이 더 강해서일지도 모른다. 아니 나뿐 아니라 다른 탈북자들은 물론이고 북한 주민들의 정서도 비슷할 것이다. 외국 언론들이 김일성 사망 때보다 평양 거리가 비교적 온화한 분위기라고 전한 것도 그런 이유라고 본다.

北권력층 親中사대주의 가능성

북한은 수령 공백 쇼크를 이미 경험한 데다 전체주의 국가라고 해도 그때의 충격보다 더 강한 슬픔을 의도적으로 조작할 수는 없다. 더구나 김정일의 뇌중풍(뇌졸중) 소식과 북한 정권이 서둘러 발표한 후계 선언은 주민들에게 또 한 번의 지도자 사망 가능성을 예감하게 했을 것이다. 그래서 김일성이 사망했던 1994년 북한 방송들은 ‘청천벽력’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김정일 사망에 대해서는 열차 안에서의 순직이라고만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북한은 김일성 사망 시기의 매뉴얼대로 움직이고 있다. 이는 권력의 연속을 행위의 연속으로 간주하는 북한 고유의 방식이다. 그러나 공적 표면과 달리 드러나는 심리적 표현은 확실히 다르다. 가장 뚜렷한 차이는 정권이 주도하는 장례나 추모 분위기의 축소다. 김정일이 장례위원장일 때는 대량아사 기간에도 8억5000만 달러를 들여 금수산기념궁전을 다시 지을 만큼 독재적 결단이 오히려 충만했다. 정책 결정 과정도 신속했다. 김영삼 정부가 비상경계 태세를 선언하자 북한이 즉각 전군 전시상태로 대응했던 반면 이번에는 북한군이 아직 공개 반응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김정일은 종적으로 지시하면 그만이었지만 경험이 없는 김정은은 물어봐야 하고, 그러면 밑에서 토의하고 결정하고 보고하는 정책 결정 수평구조와 그 공간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김정일이 단독 결심하고 권력층은 무조건 복종했지만 지금은 거꾸로 권력층이 분주하고 김정은은 독촉하는 리더십 공백 현상이 생기는 셈이다. 김정은이 정책 결정 지도권을 확보하려면 지위나 경험만이 아니라 당 인사권을 쥐고 자신의 측근 서열을 만들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권력투쟁을 통해 획득한 공포질서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김정은에게는 공짜권력이 있지만 그 노력은 없었다.

김정일 2대 세습은 아버지의 신격화까지 조작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밑에서부터 꾸준히 쌓아올린 피라미드식 정권이었지만 김정은 3대 세습은 아래가 얼마나 험한 줄도 모르고 위에서부터 막 시작된, 출발 시점에 아버지까지 사망한 불안한 세습 정권인 것이다.

그렇다고 김정은 정권이 금방 흔들리진 않는다. 북한은 그동안 김씨 세습만이 아니라 측근들도 부분권력을 함께 세습한 계층사회다. 또한 현재 북한 권력층에겐 정치적 퇴로가 중국밖에 없다. 사실 남한 정부가 북한 급변사태 시 북한 군인집단이 체제 이탈을 주도할 수 있도록 비무장지대 대북심리전 방송을 통해 친한(親韓) 공간을 조성했어야 했다. 그러면 그 지역 불안정 관리 명분으로 중국보다 한발 앞서 국제사회가 북한에 개입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자유통일보다 평화관리를 우선함으로써 한국은 스스로 그 출로를 포기했다.

국제동맹 앞세운 對中외교 절실

김일성 사망 땐 상징적 주석체계는 실종돼도 김정일 당조직부 유일 지도체제가 살아 있어 후계 안정이 이루어졌지만 김정은 정권은 지금부터 통치실권을 만들어야 하는 처지다. 앞으로 우리 정부는 국제동맹을 앞세워 대중외교로 북한 변화를 세밀히 관리해야 한다. 김정일 신격화에서 친중(親中) 사대주의로 북한 권력층의 충성가치관이 변하기 때문에 더욱 절실하다. 북한이 만약 대남도발을 감행한다면 내부 결속보다 남북 분단을 유지하는 친중 사대주의 정권 정체성을 과시하려는 것인 만큼 어리석은 착각을 감히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장진성 탈북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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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년 ip1 2011-12-24 11:42:19
    좋은글 많이올려주세요 잘보앗습니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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