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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함께해요- 황성찬
동지회 9 1952 2006-12-04 15:44:11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서 탈북자(북한이탈주민) 지원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사회복지사 황성찬입니다.

막상 탈북자를 위한 글을 한 편 쓰려고하니 어떤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을까하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아직 경험도 부족한 제가 탈북자 여러분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지, 행여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한편으로는 듭니다.

제가 처음 탈북자와 만났던 적이 생각납니다. 2002년 1월 복지관에서 탈북자 지원사업을 담당한 후 처음으로 탈북자 가정을 방문하게 되었을 때의 일입니다.

막상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습니다.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으로 사회복지관에서 왔다는 말에도 문조차 열어주지 않아 30분이 넘게 문밖에서 기다리다 겨우 집안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낯선 사람의 방문에 잔뜩 경계를 하며 말조차 쉽게 꺼내지 못하는 탈북자를 안심시키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탈북자와 조금씩 가까워지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오랜 친구처럼 허물없이 탈북자들과 만나고 있지만 그때는 왜 그렇게도 힘들고 어려웠는지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웃음이 나오기도 합니다.

지난 5년간 탈북자들과 함께 생활해 오면서 탈북자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나원에서 퇴소한 후 직업훈련을 받아 자격증을 취득하여 취업을 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탈북자, 대학에 진학하여 미래의 자신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청소년, 대학 졸업 후 남한사람과 당당하게 실력을 겨루어 대기업과 공기업에 입사하여 살아가는 탈북자의 모습까지 남한사회에서 성공한 삶을 살고자 열심히 노력하는 여러분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러한 모습과는 반대로 하나원을 퇴소한 후에도 남한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거나 정부에서 지원하는 생계비에 의존하며 살아가려는 탈북자, 학교에 편입학을 하였으나 적응을 하지 못하고 중도에 탈락하여 방황하는 탈북자 청소년, 범죄행위로 인해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살아가는 탈북자의 모습까지 남한사회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여러 탈북자들의 모습도 함께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탈북자를 만나면서 가장 마음이 아팠던 경우는 남한에 와서 발견한 질병 때문에 남한에서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하고 안타깝게도 세상을 뜨신 탈북자 할아버지를 보았을 때입니다. 사선을 넘어 남한 땅에 왔지만 그 분은 미처 남한사회의 자유도 누려보지 못한 채 저 세상으로 떠나셨습니다. 그 할아버지가 제게 맡기고 아직까지 찾아가지 못한 안경을 볼 때마다 그 분의 환한 미소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탈북자 여러분들을 제가 100% 이해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남한사회에서 열심히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많은 탈북자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됩니다. 그 누구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남한사회에서 살아가려는 여러분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남한사회에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간략하게 전해 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자기 스스로 살아가려는 마음을 갖도록 하십시오. 아직까지 탈북자들의 모습 속에서는 자기 스스로 살아가려는 모습보다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려고 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성공한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바탕은 근면함과 성실함입니다. 물론 이들도 처음에는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이 남한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빨리 깨우쳐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려는 굳은 마음을 먹고 열심히 노력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일찍 일어난 새가 먹이를 먹는다’라는 속담처럼 이 분들은 다른 누구보다 열심히 생활하신 분들입니다.

두 번째로 직업을 선택할 때는 자신의 능력과 재능에 맞는 일을 찾아보도록 하십시오. 탈북자들을 만나 ‘당신은 무엇을 잘 합니까?’라고 물어보면 자신 있게 대답하는 탈북자가 몇 명 되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이 갖고 있는 재능이나 기술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편하고 쉬운 일자리를 찾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나원을 퇴소한 후 탈북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직장을 구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성급하게 직장을 구하기보다는 우선 내가 무엇을 잘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고, 직업훈련을 받은 후 직장을 구한다면 일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성공된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세 번째로 남한사람들과 많이 교류하도록 노력하십시오. 탈북자들의 말투나 억양 때문에 중국동포로 오해를 받아 남한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꺼려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남한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남한사람들과 부딪혀 가며 살아가야 합니다.

남한가족과의 결연사업을 통해 새로운 가족이 생길수도 있고, 평생 동안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친구도 만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먼저 마음을 열고 당당하게 남한사람들을 만나십시오. 나의 말투나 억양이 조금 다르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본인을 숨기려고 하는 것이 더욱 더 부끄러운 행동입니다. 지금보다 더 당당하도록 노력하십시오.

네 번째로 탈북자 여러분들은 통일의 역군입니다. 모든 탈북자들이 말합니다. ‘통일이 되어 북한의 고향에 갈 때 성공한 모습으로 가고 싶다’고. 통일이 되면 가장 먼저 북한에 가야하는 사람은 남한사람이 아닌 바로 여러분 ‘탈북자’입니다.

남한과 북한이라는 상반된 두 체제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여러분이 북한에 가서 북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일을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여러분들이 남한에서 성공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 의무를 이행해야 합니다. 남한에서 실패한 탈북자들이 북한에 돌아 갈 수는 없습니다. 성공한 자신의 모습을 북에 있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통일이 된 이 나라에서 일을 하는 통일의 역군이 되도록 자긍심을 갖고 노력해 주십시오.

올해만 해도 벌써 1천여명이 넘는 탈북자들이 남한에 입국하였다고 합니다. 여러분들은 남한 땅을 처음 밟으면서 어떤 결심을 하셨나요? 남한사회에 정착하여 오랜 기간 살아온 탈북자들이나 지금도 하나원에서 사회정착 교육을 받고있는 탈북자들의 마음은 아마 똑같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나는 꼭 성공해서 잘 살거야..... ’

같은 민족이지만 너무나 상이한 정치·문화·사회적 환경 속에서 살아온 탈북자들이 빠르게 변하는 남한사회에서 적응하며 살아가는게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남들보다 잘 적응하여 살아가는 탈북자들이 있는가 하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스스로 살아가지 못하는 탈북자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탈북자들이 갖는 공통적인 생각은 ‘남한사회에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성공한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이라 생각합니다.

탈북자 여러분 !

여러분은 우리 사회에서 소수의 소외된 사람들이 아닌 대한민국의 당당한 국민입니다. 자긍심과 자신감을 갖고 열심히 살아주십시오. 열심히 살아가는 여러분들의 모습이 바로 미래의 통일된 조국에서 살아가야 할 우리들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2006년 11월 황성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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