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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고의 발견 - 정은숙
동지회 2 2512 2006-12-14 11:27:33
2002년 10월,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에 입사한 나의 첫 직장 사회복지관에서 2~3달 정도 지난 시점에 내가 맡은 복지사업에 대해 대충이나마 감을 잡았을 즈음

“정선생님! 내년에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지원사업에 대해서 구상하고 계획서 작성해봐요!”라는 부관장님의 말씀을 듣고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북한이탈주민? 탈북의 탈자도 모르는 나한테 뭘 구상하라는 거야?’ 어안이 벙벙해진 나는 부관장님을 쳐다보며 “지금 농담...하시는 거죠?”라고 되물어 보았으나 농담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사전조사나 하다 ‘여러가지 여건상 아직은 시기상조입니다.’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한 후 사업을 아예 묻어버리려 했지만 하늘은 이미 내편이 아니었다.

우선 방화동 어디에 탈북자가 살고 있는 지 알 수 있는 명단이 필요했지만 동사무소는 신입 복지사인 나에게 어떠한 정보도 제공해주지 않았다. 다행히 아파트 관리사무소 계장님의 도움으로 어렵사리 얻은 33세대의 주소록을 보고 가가호호 방문하기 시작했다. 집을 방문할 때 ‘누구세요? 어떻게 내 주소를 알았죠?’라고 따지면 어떤 설명을 해야할지. 내 머릿속은 갖가지 고민으로 가득찼으나 걱정은 곧 사라졌다.

따뜻하고 반갑게 맞이해 주는 사람들, 이들은 말투는 약간 다르지만 우리와 같은 모습을 하고 비슷한 걱정과 고민을 안고 사는 그냥 평범한 옆집 언니, 아주머니와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방화동에 살고 있는 여성 탈북자 한 분, 한 분 만나면서 그들이 가진 애환과 남한생활에 적응하면서 갖게되는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이들이 원하는 사회복지 서비스가 취업과 '남한사람들과의 교류와 사회적응'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남한사람들과의 교류에 초점을 맞추어 2003년 10월에 지역여성 모임인 '두레모임'을 시작으로 지역에 거주하는 중년의 남한여성과 젊은 여성 탈북자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첫 여성모임에 나오기로 한 탈북자는 8명이었지만 단 3명만이 모임에 나오다 보니 봉사자 어머님들께 미안한 심정이었다. 매월 모임이 있을 때마다 시작 1시간 전부터 탈북자를 복지관으로 모시고 오기에 바빴다. 그러다 보니 모임이 끝나면 거의 탈진상태가 되어 있는 나를 발견하고 ‘이런 프로그램이 무슨 효과가 있는가’하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또 어김없이 한 달이 지나 모임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난 다시 아파트를 돌면서 모임을 홍보하고 참석을 권유했으나 만만치 않았다. 거의 자포자기한 상태에서 벨을 힘없이 눌렀다. 내 또래로 보이는 한 여성이 나와 무슨 일로 찾아왔는지 물어 보았다.

처음 보는 사람이었지만 어릴 적 친구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녀에게 이 일을 하면서 겪는 어려운 점들을 하소연했고, 그 친구도 자신은 한국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동안의 어려운 점과 왜 탈북자들이 모임을 기피하는지에 대한 이유도 설명해주었다. 그렇게 고민을 함께 나누며 마음을 열었던 탈북자 친구는 그 달 모임 참석을 시작으로 성심성의껏 주변 탈북자들에게 모임 참석을 독려하고 복지관을 홍보해주었다.

그러면서 봉사자 어머님들과도 1:1 결연을 맺어 어머니와 딸의 관계로 발전하는 사례도 늘어났고 점차 참여자들이 늘어나 매월 8~10명 정도의 정규 회원들이 참여하는 모임의 틀이 갖추었다.

그 뒤로 주민들을 만나는 나의 행동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사회복지사와 탈북자가 아니라 정은주와 동네 언니, 동생, 어머니로 이들을 대했고 자연스럽게 우리 주민들도 나를 사회복지사라고 부르고 생각하기 보다는 친동생, 언니, 딸로 생각해 주는 경우가 늘어났고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지낼 수 있게 되었다.

힘들고 지칠 때면 포기할 까도 생각했지만 명호 아저씨는 “은주선생님 없으면 방화동에 사는 우리는 어떡합니까? 힘내시오!”라며 힘을 실어 주었다. 첫 월급 탔다면서 “남한엔 부모님이 안계시니 부모 역할을 하는 누나한테 선물하고 싶어 샀어요”라며 양말셋트를 수줍게 건내는 성실맨 김군, 야근한다고 손수 볶음밥을 만들어 도시락을 가져다주는 경락마사지의 여왕 우리 오여사님 그리고 마음 속으로 매일 매일 응원해 주는 우리 주민들...

이제 그들이 웃으면 나도 웃고 그들이 울면 나도 우는 그런 특별한 관계가 되었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있다. 이들을 만난 것이야 말로 ‘내 인생 최고의 발견’ 이었다고...

2006년 11월 정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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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향 2006-12-16 15:12:20
    감사합니다. 정은숙님! 정말 좋은 일을 하시는 군요. 누구나 처음에는 마음을 열기가 힘들죠. 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그렇게도 따뜻한 사람들이랍니다.
    방화동이면 많은 분들이 살고 계시는데 앞으로도 많은 수고 해주십시오.
    혹시 도움이 되시겠는지 모르겠습니다. 연락 주십시오.
    이메일 주소: <a href=mailto:jch101@naver.com>jch101@naver.com</a>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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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 2006-12-23 02:49:52
    안녕하세요..
    참 좋은일 하시네요..
    저두 방화동에 사는 사람입니다.
    명함도 많이 받았구 까페를 통해서 많은 얘기를 전해들었습니다..
    정은숙.. 많이 익숙한 이름입니다..
    한번 뵙구싶었는데요 시간이 쫌 여이치가 않네요..
    따뜻한 마음 , 따뜻한 사랑은 전하시는 방화6복지관 여러분들께
    다시한번 머리숙여 인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2006년 멋진 마무리 하시기를..
    화 이 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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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라색 2007-07-07 16:10:19
    혹시정은숙씨하나원39기생아니세요 존경스럽네요 남을배려한다는것쉬운일아닌데 참 마음따뜻한분다시한번감사를드리고싶습니다 남을위한배려한것만큼 자신에게도 복 꼭올겁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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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찬이아빠 2007-07-07 18:00:25
    보라색님
    본문을 제대로 좀 읽어보시고 댓글을 다세요.
    39기는 무슨..
    한글 공부부터 하시죠........
    님의쓴 글 보다가 눈 버리겠습니다.띄여쓰기나 잘하시지 ㅉ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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