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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생일파티에 아내 안 보냈다 처형당해 - 김철민
REPUBLIC OF KOREA 관리자 4 17837 2007-07-13 02:09:48
숙청된 전 북한 보건상 가족의 비참한 운명

세월은 유수라더니 엊그제 인천공항에서 자유의 땅에 왔다는 안도감에 긴 숨을 내쉬던 내 모습은 간데없고 당연하다는 듯 여유로운 삶을 즐기는 내 모습만이 남아 문득문득 나를 놀라게 하곤 한다.

촌스럽고 투박한 말투로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던 내가 지금은 언제 그런 적이 있었냐는 듯 최신유행에 맞춰 옷을 입고 가방을 메고 학교로 서점으로 동분서주하며 안락한 내 삶을 챙기기에 바쁘다.

당연한 듯 누리는 이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생명보다 귀중한 것인지를 망각하는 듯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으로 변해가는 나를 보며 종종 이유모를 죄스러움이 남곤 한다.

그래도 잊혀 지지 않는 게 고향이라서 이북소식은 늘 빠짐없이 듣고 고향의 소중했던 모든 것들을 위해 기도하고 고향의 추억들을 그리며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그토록 원한만이 쌓이고 저주스럽다고만 느껴지던 암흑의 그 시절도 가족들과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만은 막을 수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지금이 시간들이 꿈만 같고 행복한 건 이렇게 그 시절을 말할 수 있고 그 땅에 대하여 고발하고 성토할 수 있는 이자유와 권리가 있어서가 아닐까?!

자라오면서 지금도 내가 가져보지 못했던 것들 중에 제일 부럽고 애틋한 게 있다면 방학이면 할머니 할아버지의 집으로 나들이를 가는 어린친구들의 행복한 모습이다. 때로는 할아버지 할머니 앞에서는 아직도 응석받이들인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부러워하고 은근히 시기하는 유치한 내 모습 발견하기도 한다.

어릴 적엔 할머니 할아버지의 집으로 여행을 떠나는 친구들이 왜 그리 부럽고,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왜 그리 서글퍼지던지.... 그럴 때마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는 어디 가셨냐고 어머니의 아픈 맘을 헤집어 놓았던 철없던 내 모습이 너무도 증오스럽게 떠오른다.

사실 나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지도 못하고 태어났다. 사진조차 남은 게 없어서 나는 당대의 미남이셨다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머리 속 스케치북에 그려보며 허무한 상상을 할 수 밖에 없다.

어머니에게서 들은 바로는, 할아버지는 6.25 전쟁 당시 수많은 부상자들과 피난민들을 구원한 유명한 외과 의사셨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수많은 감사편지가 몇 년을 이어졌다고 하니 할아버지의 유능한 의술과 따뜻하고 아름다웠던 마음씨를 짐작할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러던 할아버지를 북한당국은 의사에게 어울리지 않은 어마어마한 직책을 맡기고 승진시키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보건복지부 최고 직책을 맡기면서 승진일로를 걷게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일 뿐, 1956년 반당,반혁명 종파분자 숙청 사업이라 불려 진 피비린내 나는 살육의 피바람이 우리 가정에도 불어 닥쳤다. 그 살육의 칼날의 피하지 못하고 결국 할아버지는 정치와는 관계도 없는 직책에서 죄 없는 희생자로 숙청을 당하셨고 할아버지의 모든 사진과 기타 유물들은 일점 남김없이 몰수당하고 말았다.

그 당시 할아버지의 나이가 30대 후반이셨다는 어머니의 말씀이 지금도 구슬프게 내 귓가에 맴돌곤 한다. 사실 할아버지의 모습을 어머니조차 본적이 없었으니 어머니의 아픈 마음이야 더 말해 무엇하랴..

그렇게 끌려가신 할아버지의 사망일도 알지 못하는 어머니는 늘 할아버지가 끌려가셨다는 그 날에 누가 눈치 챌까 가슴조려하며 남몰래 제사상을 차리고 절을 올리셨단다. 시신마저도 가족에게 돌려주지 않는 그 악독한 세상에 과연 그 무엇을 바랄수가 있으랴.. 내 어머니는 참으로 기막힌 현실을 수십 년 간 감수해야 했던 것이다.

이런 불우한 운명의 희롱은 할아버지뿐만 아니라 삼촌들에게 까지 이어졌고 그들 역시 비참하고 원통한 삶을 마감할 수 밖에 없었다. 아버지의 죄 아닌 죄를 아들들 까지도 아니 그 손자들까지도 대물림해가며 처형하는 연좌제가 우리 가문의 모든 이들에게 죽음의 공포를 드리우고 있었던 것이다.

큰 삼촌은 김정일의 생일 파티 공연에 끌려 나가는 만삭이 된 아내를 만류했다는 죄로, 작은삼촌은 뇌물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보위부요원의 앙심으로 가족과 함께 생사를 알 수 없는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가게 되었다.

나는 지금도 소학교학생시절 그 광경을 잊을 수가 없다. 다 떨어진 문짝. 깨어진 유리조각들이 널려 있는 텅 빈 작은 삼촌의 집...끌려간 곳도 생사도 모르는 기가 막힌 현실 앞에 어린 소년이었던 나는 처음으로 가슴속 깊이 죽음의 공포를 느꼈고, 냉혹하고 처절하게 펼쳐질 내 앞 길을 짐작하게 되었다.

유일했던 혈육을 잃은 어머니의 절망한 모습,, 어머니의 그런 모습을 나는 한번 도 본적이 없었다. 너무나도 억울한 마음에 눈물마저 말라버린 그 현실, 언젠가는 나에게도 닥쳐올 그 현실, 그 모습이 내 일생에서 가장 두려웠고 가장 잊혀 지지 않는 날로 기억되었다. 지금도 가끔 그때의 악몽과 누군가에게 쫓기는 허상에 식은땀을 흘리기 일쑤이다.

그러나 그 이후의 소식들은 더욱 끔찍하고 참담해 하늘을 원망하게 했다. 수용소로 끌려가던 작은 삼촌이 억울함을 하소연하고 항거하자 가고 있던 차를 세우고 길가에서 즉결 처형 했다는 기가 막힌 소식....

가족들이 모두 지켜보는 그곳에서 더구나 전시도 아닌 평시에 무고한 사람을 재판도 없이 처형하는 지옥같은 나라가 어디있단 말인가!! 과연 이 세상 사람들은 이런 나라가 있다는 것을 알고나 있을까?!

이렇게 수없이 죽어간 원혼들이 방황하는 그 땅이 절규하는 외침을 과연 세상 사람들은 듣고 있을까?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외침에 대답하고 있는 것일까?!

지금도 나는 그 상상할 수도 없는 현실을 생각하면서 몸서리를 치곤 한다. 그렇게 죄 없이 죽어간 수많은 억울한 영혼들이 자신을 향해 절규하는 소리를 김정일은 과연 알고 있을까?!

나는 인권이란 말을 몰랐다. 말을 몰랐다는 것보다는 그 인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다. 아니 알 수가 없었다. 인권이라는 그 아름다운 언어조차 죄인 나라..인권이라는 숭고한 뜻이 말살되는 나라..그 지옥의 땅에서 선택받은 우리는 과연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일까?!

자유의 이 땅에서 나는 인권이라는 이 두 글자를 목이 터져라 외쳐본다. 다시는 나의 가족들과 같은 피맺힌 사연들이 생기지 않기를...다시는 원통하게 죽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생기지 않기를...

그토록 끔찍했던 지난날을 잊지 않고 그들을 위해서 노력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내가 되기를 나는 오늘도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2007년 7월 12일 김철민

자료제공 : 자유북한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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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짱 플로베르 고담녹월 싸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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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만에 2007-07-13 09:57:52
    가슴아픈 과거사 잘 읽었어요...
    다들 않고 사는 사연들이 구구절절해서 보는 사람입장으로썬 할 말이 없네요.
    그것도 규정된 법없이 법이라고 말하는 그들의 억지에 소중한 목숨들을 억울하게 빼앗긴 영혼들이 얼마일지...정확한 집계조차 내지 못할정도이니...
    할아버님이 돌아가시며 유일하게 바라셨을건 당신 후대들의 삶이 걱정이 되였을거늘...
    어떤 험난한 길 거쳐 여까지 오신진 모르지만 아마도 할아버지가 멀리서 도와주셨을거니 어머님이랑 같이 알콩달콩 주어진 삶 만족하면서 잘 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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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인 2007-07-13 20:47:30
    여기 온 사람치고 가슴아픈 사연 가지고 있지않는 사람 누가 있겠는가마는 참말로 아픈세월 큰 기침 한번 제대로 하지못하고 살아온 님에게 위로의 말씀드립니다 더욱 열심히 더 힘내셔서 통일의 그날 우리 더욱 떳떳한 사람들로 고향을 위하여 한몫씩 해나가는 역군으로 준비합시다
    그때 우리서로 엃켜있던 가슴의 멍어리를 풀로 목놓아 울고 목놓아 웃음시다 그날을 위하여 우리다 함께 하이팅!!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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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전 2007-07-15 11:33:37
    말한마디 부주의한 말한마디가 싸움의 불씨가 되고 잔인한 말한마디가삶을 파괴한다 쓰디쓴 말한마디가 증오의 불씨가 되고 은혜스러운 말한마디가 길울 편안하게하고 줄거운 말한마디가 하루를빗나게한다 때에맛는말한마디가 긴장을풀어주고 사랑의말한마디가 축복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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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겨레 2007-07-15 12:23:03
    휴- 가슴이터져서 .... 김정일 반동 새끼들을 하루빨리 때려잡고 억울한 죽음을 당한 영혼들을 달래고 형제들을 구원했음 좋으련만....세상은 어찌도는지 참 답답하구먼..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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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솔송 2007-07-17 20:02:47
    70년대에는 밤자고 나면 한집씩 없어지는 일이 많았었담니다
    글슨분의 가슴아픈 사연 보니 그때가 생각남니다
    한국에 오신것을 축하드리면서 건강에 항상주의하시고 열심히 노력하시길
    바람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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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짱 2008-03-17 15:38:43
    이글은 윤짱님에 의해 삭제되었습니다. 2008-03-17 15:3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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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몰라요 2008-04-25 20:24:53
    마음이 아파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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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대폰의정지 ip1 2016-05-09 23:43:39
    북한은 사소한것들까지 다 지켜야하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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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수작 ip2 2018-03-25 22:25:51
    거짓도 그럴듯하게 해야 하는거 아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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