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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 - 예은
Korea, Republic o beauty5 2 999 2010-12-23 05:00:03
어렸을 때 우리엄마는 나를 끔찍이 사랑해주셨다. 항상 맛 있는 거 있으면 나 먼저 챙겨주시기도 하고 내가 해달라는 것이면 다 들어주신 자상한 분이었다.

아버지가 결핵으로 돌아가자 그날부터 이상한 일이 생겼다. 엄마가 우리 형제 다 버리구 집을 나가 들어오지 않게 되였다. 갑작스럽고 당황스러운 일이었었고 그날부터 나는 동생과 함께 굶었다. 배에서는 자꾸만 쪼르륵 소리가 나건만 집안에는 먹을 것이란 하나도 없었다.

그리하여 10일 정도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우리는 장마당으로 나갔다. 꽃제비들이 수없이 많았고 나도 이제는 거지가 되고 꽃제비가 되였다. 남들이 밟고 지나간 옥수수알과 국수 부스러기 그리고 생선뼈다귀 등 먹을 수만 있는 것이라면 더럽던 상관없이 다 주어먹었다.

밤이 되면 집으로 가고 싶었으나 반겨주는 사람도 따뜻한 구들목도 없었기에 역전에서 신발을 벗어 베고 쪽 잠을 자기를 그 몇 번. 어떤 날은 역전에서 자지 못하게 하여 쫓겨날 때가 있어 추운 밖에서 부들부들 떨면서 하룻밤을 지새워야 했다. 세수는 언제 하였는지 얼굴에 때가 끼고 터 갈라져 있었고 머리는 또 언제 빗어보았는지 제멋대로 엉켜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도 허기진 배를 이끌고 국수 사먹는 사람들 뒤에 서서 행여 국수 물이라도 주지 않을까 하여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 국수를 먹고 있던 아줌마가 뒤를 돌아봤다.

그런데 울 엄마였다. 내 주제도 말이 아니었지만 엄마 역시 꽃제비가 다 돼있었다. 예전에 그렇게 예쁘던 우리엄마가 아니었다.

반갑기도 했지만 엄마는 나를 보더니 조금 당황한 척 하더니 국수물 한 모금도 남겨주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났다. 아마도 다른 집 엄마들은 이러지 않았을 것이다.

그 순간 내 가슴 속에는 울컥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올라왔다. 아무리 내가 미워도 그래도 제자식인데 이럴 수도 있나 싶었고 그날 나는 아무 용기도 주워먹을 기운도 못 내고 어느 구석에 가서 실컷 울었다.

그 후로부터 나는 동생과 함께 어떤 남자의 도움으로 중국을 오게 되였고 누군가 물으면 난 엄마가 죽었다고 했다. 엄마얘기만 나오면 내 마음은 한없이 힘들었고 슬펐다.

2004년 드디어 한국 행을 밟게 되였고 모든 것이 희한하기만 했다.어느 날 티비에서 “꼭 한번 보고 싶다” 라는 프로그램을 보았다.거기서도 사람들은 엄마를 용서해주었다.

나는 중국이나 한국에 있으면서 엄마를 그리워하지도 보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데 티비를 본 그날 저녁 나는 나도 모르게 엄마가 갑자기 보고 싶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며 이불 속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엄마를 용서하고 싶다. 지나온 일은 못 견디도록 가슴 아프지만 그 모든걸 다 잊고 나는 엄마를 용서하고 싶다. 너무너무 보고 싶다. 엄마가…

북한에 있는 우리엄마 이제 연세도 많으시고 사시면 얼마나 더 사시겠는가 하는 생각으로 너무 마음이 아파온다. 이 좋은 한국땅에서 내가 만든 흰쌀 밥도 실컷 지어드리고 싶은데 이제 만날 수도 없으니 나는 어쩌면 좋을까. 혹시 돌아가시기라도 했다면 평생 가슴속에 아픔을 지고 살아야 한다니…

엄마를 용서 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그래도 내 마음은 아직도 엄마를 사랑하고 싶다. 돌아가시기 전에라도 “엄마 사랑해” 하고 말해주고 싶지만 어떻게 하면 좋을까. 좋으나 나쁘나 그래도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이시길래 오늘의 용서가 있는가 싶다.

아!! 오늘따라 더욱 그리워진다.

2007년 12월 22일 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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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은       2010-12-23 03:15:47 
그렇게도 피눈물을 흘리며 그리워 하던 저의 어머니를 드디여 찾아서 한국으로 모셔왔습니다. 세월이 흘러서 이미 머리에도 흰서리가 많이 내렸더라구요. 그래서 이곳 까지 모셔와서 너무 행복합니다 . 여러분들의 많은응원으로 지금의 오늘이 있지않은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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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들의 가정에도 항상 행복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출처: 탈북자동지회 탈북자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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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산만한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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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리크리스마스 ip1 2010-12-23 09:30:40
    야 이럴수가....이럴수가....
    정말 행복한 크리스마스입니다.

    용서도 무척 힘들고,
    찾는 것도 무척 힘들고,
    도강하는 것도 굉장히 힘들고,
    중국에서 체포안된는 것도 힘들고
    3국경을 넘는 것도 힘들고,
    무사히 한국으로 오는 것도 힘든데.....

    그 모두가 성공되었다니. 언빌리버블!
    하나님의 은총이 예은님 모녀에게 함께 하길 빕니다.
    행복한 메리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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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한사람7 ip2 2010-12-23 11:37:46
    정말 축하드립니다. 마치 제 일처럼 감격스럽습니다.
    그동안 탈북자 수기를 볼 때 너무 가슴 아픈 사연이 많았는데 이런 기쁨도 있군요. 자식을 버린 어머니를 용서하고 사선을 넘어 찾아오셨다는 것이 더 감동적 입니다.

    마귀의 말을 따라 선악을 알게하는 열매를 따먹고 하나님을 배반한 인류를 용서하려고 2천년전에 이땅에 자기 아들을 내어 주셨다는 성탄절인데 더욱 뜻깊게 보내시고 어머니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시길 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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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현자유 ip3 2010-12-24 00:08:27
    어떤 소설도 어떤 영화도 이보다 더 극적일 수 없을 것 같네요...이게 인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감동 감동 감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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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은아 ip4 2010-12-24 02:41:32
    얼마나 힘들었을가? 예은 엄마가 그렇게 되기 까지 엄마는 또 얼마나 힘든 날을 헤맸을가요?
    하지만 어린 맘에 그 모든 것을 용서 하셨다니 님에게 신의 보설핌이 함께 하실줄 믿습니다
    탈북자들의 얘기는 어느 하나도 다 드라마이군요
    엄마는 용서가 되었지만 엄마를 그렇게 만든 세월은 용서가 될른지요
    정죄도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권리이고 선물입니다
    김정일을 청산해야 우리의 비극이 끝 날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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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터민1 ip5 2010-12-24 10:26:24
    너무도 감동적이어서 저도 막 눈물이 흘러내립니다..ㅠ
    저도 북한에 있을 때 배고픈 고생을 많이 하였어서 그 심정을 잘 압니다..
    그리고 그 때 어머니의 그 상황을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오랫동안 허기지면
    오직 먹을 생각밖에 안나고, 온전한 정신은 기대할 수 없는 그야말로 바보가 됩니다..
    인간백정 김정일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한줌 낟알에 자기 정신을 잃고 바보아닌 바보가 되어 값없이 생을 마감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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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동의도가니탕 ip6 2010-12-24 15:12:21
    남한 사람인데요. 가슴이 찡하고, 눈물이 나려고 합니다. 근데 북한은 정말 그렇게 어려운가요? 요즘 같이 좋은 세상에 그런 곳도 있다니... 솔직히 직접 안 봐서 100% 믿지는 못하겠습니다. 아무리 못 사는 나라도 굶어서 죽는 경우는 이제 거의 없는 걸로 아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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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생각 ip7 2010-12-24 19:17:36
    참 옛날에 이글을 보면서 슬프게 많이 울었는데 찾으셨다니 참 기쁘시겠습니다. 꼭 행복하게 사시기를 바랄게요. 지금도 너무 가슴이 아픈데 찾았으니...ㅠㅠ 모든걸 다 잊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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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님4122 ip8 2010-12-24 19:30:48

    - 손님4122님에 의해 삭제되었습니다. 2010-12-24 20:3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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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님4122 ip8 2010-12-24 20:41:08

    - 손님4122님에 의해 삭제되었습니다. 2010-12-25 14: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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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박사 ip9 2010-12-26 18:51:16
    나는 이글을 읽고 또읽었다 그리고 나의눈가에는 어느덧 눈물이고여있었다 보면볼수록 너무가슴아픈사연이다 산다는것이 무었이길래 이토록 처절한것인가? 남쪽사람들은 개똥같은 명예다뭐다 하면서 자살을하는데 나의가슴은너무나도저려온다 예은씨 용서는 반듣이필요한겁니다 더구나 나를이세상을 볼수있고 느낄수있는 엄마인데요 잘하셨읍니다 이젠엄마와 더불어 그어떤고난도 헤쳐나갈수있잖아요 남한에서는 꽃제비노릇한다면 대장노릇도할수있잖아요 남한꽃제비들은 대장은 구걸안한답니다 그러니까 이젠행복시작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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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이다 ip10 2010-12-27 11:29:37
    ㅠㅠ 앞으로 다 잘될겁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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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피트 ip10 2010-12-27 12:31:59
    글보면서 '울컥' 했습니다.

    고생하신만큼 앞으로는 좋은일만 있으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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