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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남한으로 온 아내와의 삼 년-여덟 번째 이야기
Korea, Republic o 모차자 1 1266 2010-12-28 19:09:10

모든 분들이 월말과 연말이 겹쳐 많이 바쁘시지요?

 

저도 그렇습니다.

 

각종 업무 마감에 연속 철야입니다.

 

글 올리지 못한 변명이었습니다. ㅎㅎ

 

 

 

25일 크리스마스가 생일이었던 분이 있었습니다.

 

아내의 하나원 동기이고 부부가 모두 북에서 남으로 오신 분들입니다.

 

이분들께는 초등학생인 아들이 하나 있는데 역시 부모와 같이 남한으로 왔습니다.

 

제가 이뻐하는 녀석입니다.

 

과학적 두뇌가 매우 총명해서 남한에 오자마자 과학경시대회를 휩쓸고 있지요.

 

예수그리스도 태어나신 날에 같이 태어나신 분은 그 아이엄마입니다.

 

남편 되시는 분은 특근이라 출근을 해서 저녁에 합류하기로 하고 부인과 아들만 11시에 저희 집에서 만나 점심을 먹고 장소는 정하지 않았지만 어디든 놀러 가기로 했지요.

 

이런 저런 이유로 저희 둘은 25일 새벽까지 놀다가 25일 아침 일찍(?)잠이 들었습니다.

 

아침 11시 약속인 관계로 알람을 10시에 맞춰놓고 둘은 정신 없이 꿈나라를 헤메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딘가 머~언 곳에서 어슴프레하게 예배당의 새벽(?) 종소리가 약간의 반복으로 끊임없이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 모야~ 아직도 종소리 울리는 예배당이 있나?’

 

그 예배당 종소리는 집요하게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예배당 종소리로 흐리멍덩하고 어리벙벙하게 살짝 잠의 새벽이 걷힐 무렵, 그 소리는 현관 벨 소리로 바뀌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 이 새벽 9 30분에 누가 오셨을까나~~~~?

 

간신히 현관 모니터를 키면서 잠에 취해 있는 두터운 목소리로.

누구삼?”

이모부 저삼

형부 저두 있삼

 

~~~~~! 그렇습니다. 오늘 탄생하신 분이 아드님을 대동하고 예정 시간보다 매우 일찍 오신 것이었습니다.

 

순간 잠이 확! 달아나고,

아이고 떵이훨!!!” 외치고,

아직 꿈나라에서 헤매고 있는 아내를 일으켜 세워 대충 걸쳐주고 문을 열었습니다.

 

아니 형부는 거룩하신 예수님과 제 생일에 아직까지 일어 안 나고 모하삼?”

처제 일어 안 나고가 아니고 안 일어나고 얌.”

 

일단 차 한잔과 케잌으로(크리스마스) 한 숨 돌리고 곧 오늘을 어떻게 열정적으로 즐겁게 보낼 것이냐에 대해 열띤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스케이트장으로~!”

인천 영종도 투어~!”

어디로~!”

어디로~!”

어디로~!”

 

장시간의 토론끝에 일단 점심을 먹고,

가장 자미있는영화구경을 하고,

아이아빠가 특근이 5시에 끝나면 합류를 해서,

근사한 저녁을 먹으며 여성동무의 성탄을 추카하기로,

합의를 보았습니다.

 

~

 

저와 우리의 과학 영재는 재미있는 TV프로를 보고 있었고 열광적인 토론은 두 여성동무들이 했을 뿐입니다.

합의도 두 여성동무들의 합의이구요

 

맛있는 점심을 먹고, 영화를 보았습니다.

 

차태현 주연의 옐로운 고스트인데 처음에는 지루해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세상일은 역시 끝까지 봐야 알겠더라구요.

 

마지막 반전에 두 여성동무들에게 휴지 바치느라 죽는 줄 알았습니다.

 

저도 가슴이 뭉클하게 눈물이 나오더군요.

 

가족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고자 한 영화인데 두 여성 동무들은 북에 가족을 두고 온 사람들이라 더욱 가슴이 아려했습니다.

 

영화구경을 마치자 어느 새 시간이 지나 특근을 마친 아이아빠와 저녁식사를 하였습니다.

 

거듭” “거듭” “생일 추카를 외치며.

 

노래방이 빠질 수 없지요.

 

 

 

즐거운 생일 축하의 하루였습니다.

 

그러나 저를 제외한 네 사람은 마음이 저린 생일 축하였을 것 같습니다.

 

 

 

 

피가 끓는 심양의 술자리는 급기야 노래방에서 마무리되었습니다.

 

1993년이어서 중국과 한국이 수교한 직후인데도 노래방기계는 지금도 중국 노래방에서 날리고 있는 금영노래기였습니다.

 

당연히 한국노래가 있지요.

 

참으로 대단한 대한민국의 금영노래방입니다.

 

나중에 보니 중국 곳곳에 없는 곳이 없더군요.

 

어느 덧 모든 행사는 마쳐가고 말미에 제가 술이 가득 출렁이는 몸으로 임지 발령인사를 간신히 하였습니다.

 

 가장 선임 주재원의 마치는 인사로 저의 중국 부임 환영행사는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아아~오날날의 행샤는 오늘 부임한 가장 후임 주재원을 맞이하야 우짜고 저짜고  횡설수설~~~”

가장 선임 주재원님 항상 윗 분들의 인사는 짧은 것이 좋거들랑요~~~~~?”

 

다른 주재원이 흔들거리며 감히 태클을 걸었습니다.

 

모두가 여러가지 이유로 취해있었습니다.

 

저는 북한 식당의 피앙세로 인해 더욱 취해 있었지요.

 

그리고 다음 날.

 

여러 종류의 북한 술과 또한 여러 종류의 중국 술의 위력은 대단했습니다.

 

대단히 혹독한 음주후유증에 시달리면서도 어제 북한 식당에서의 일이 너무나 꿈만 같아 혼자 히죽거리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사람의 몸은 참으로 이상하지요?

 

점심도 못 먹고 간신히 하루를 버티면서 누가 이야기만 꺼내면 저 깊은 속에서 거침없이 치밀어 올랐는데 저녁 무렵쯤 되자 신기하게도 서서히 몸 속의 알코올이 빠져나가면서 두 눈이 반짝거리며 누가 술 건수를 올리기를 은근히 기대하게 되니 말입니다.

 

당시의 중국법인은 현지인들을 빼면 한국 주재원은 댜섯 명 뿐이었고 모두 가족을 데려오기 전이라 아침은 아파트에서 보모가 해주는 밥을 먹고 출근하지만 점심과 저녁은 대부분 사먹었습니다.

 

당연히 매일 술이지요.

 

누구랄 것도 없이 퇴근 후 상담접대가 있는 사람을 빼고 나머지 사람들은 어디서 저녁을 먹을 까를 고민하며 모두 서탑으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제가 해장술을 사겠습니다

 

거의 회복된 컨디션으로 제가 상큼하게 제안을 했습니다.

 

오호~ 감사하오. 그런데 중국에 오신지 이틀 되시는 분이 무엇을 사시게?”

 

속으로는 당연 북한식당이지이이이이~~~’하면서도 내색 할 수 없어

제가 잘 모르니 선배님들께서 안내해 주십시요.”

 

안내는 무슨~ 고민 할 거 있나? 북한 식당으로 ?~!”

좋지

? 왜요?”

~ 이 사람아 왜요는? 좋음시롱

중국 음식으로는 시원한 해장이 안되잖습니까? 조선의 얼큰한 동태탕이 해장에는 최고지요.”

 

겉으로는 속보이는 소리를 하지만,

 

우히히히! 謝謝! 謝謝! 선배는 센스쟁이~’

 

속으로 지화자~~~’를 부르며 부지런히 선임주재원들을 따라 북한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여기서 인사를 드려야겠습니다.

 

포근한 눈이 온누리를 덮고 있군요.

 

모두 감기 조심하시고 내일 뵙겠습니다.

 

再見!

 

 

2010 12 28

눈 이불이 폭신한 날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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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밍티옌 ip1 2010-12-28 20:14:15
    재미있는 글 잘 봤읍니다.
    연속극에 아낙네들이 빠질만 하네요. ㅎㅎ
    특히 오늘과 어제가 함께 한 페이지위에 번갈아 펼쳐지며 얘기가 흘러가는 게 흥미있읍니다. 바쁠텐데도 독자를 위해 연재를 감행하시는 필자님 고맙고, 가족 모두 세모 잘 보내시고, 내년에도 만복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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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현자유 ip2 2010-12-28 21:18:02
    탈북자분과 남한 토박이가 만나서 함께 살면, 새롭고 좋은 일도 많겠지만, 힘들고 이해하기 어려운 문화적 충격 같은 것도 있지 않을까요? 탈북여성과 결혼하고 싶어하시는 남한총각들을 위해서 그런 이야기도 해주시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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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한남 ip3 2010-12-29 09:41:05
    남한남자 갑갑스럽고 안타까울 때가 많이 있습니다
    어떤 때는 심히 가부장적이고 아주 봉건이 많이 남아 있는데다
    잔소리는 또 어떤지요? 한국을 가르치려는 그들의 노력은 가상하지만
    했던소리 또하고 또하고 할때는 아주 금방 싹 들었던 정도 떨어지지요
    오히려 자유스럽기를 원하는 사람은 탈북여들 쪽입니다
    하지만 알구보면 꽤 책임성도 있고 자상하고 따뜻합니다
    알아가는 세월이 하도 답답하고 길어서 자주 싸우고는 하지만
    잘 견디다 보면 좋은 날 기쁜 날이 더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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