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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군의 목탄차
Korea, Republic o 학사대 3 1022 2011-02-02 09:31:06

이런 글마저 쓰는 일이 없다면 정녕 북한의 시절을 뒤돌아볼 기회를 가지지 못한다.

 

오늘 새차를 뺐다. 북에서는 없는 말이다. 신형 아반떼를 몰고 거리를 한바퀴 돌고오니 북에서 중대장시절 타던 목탄차 생각이 절로난다.

 

목탄차의 기원은 아마 일제시기라 알고있다. 일제시기말 원유가 없어 목탄으로 물동을 날랐다는 기록을 북한의 책에서 보았다. 1980년대 중반부터 북한에도 출현하기 시작한 목탄차, 우리 중대에도 운수차를 목탄으로 개조하였다.

 

중대의 식량, 겨울나이 화목, 석탄, 공사용골재, 훈련기재 등 하루도 목탄차는 쉬지않고 달린다. 어떤때는 휜 연기, 어떤때는 검은연기 펄펄 날리며 자력갱생의 상징으로 사회주의 지키세 노래 드높이 중대의 앞장에서 달리고 달리던(실지는 굴러간다) 나의 목탄차

 

언덕위로 올라갈땐 참으로 가관이다. 나무를 깍아 만든 직삼각형 받침대를 들고 바퀴밑을 괸다. 앙앙앙 하면 한발자국 올라가면 힘이 딸려 뒤로 밀리려는 순간 굄목으로 받쳐준다. 그다음 또 앙앙 앙을 한 열번하구나면 보일러의 나무를 새 것으로 넣어주고 불길이 오를때를 기다렸다가 다시 앙앙앙을 시도한다.

 

북한의 도로는 여기처럼 터널이 많질 못하다. 함흥부터 김책까지 구간에 터널이라고는 홍원합관령 굴간 한개뿐이고 모두 령길을 오르고 내리고 해야한다. 헌데 이 굴간마저 목탄차는 통과를 못한다.

 

연기가 빠지질 않아서 굴안에 중독사고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터널은 송풍설비 자체가 없다.

 

조수를 적재함에 싣고 다니지만 웬간한 령길 오르려면 너무 힘들어 조수가 쓰러질 정도이다. 하는수 없이 나도 내려 허리를 구부리고 굄목을 고이며 한치 또한치 령길을 오르고 나면 허리가 쑤셔 오는 고통을 감수해야만 한다.

 

내리막을 달릴땐 무섭다. 브레이크가 안좋기 때문이다. 제동액이 없어 알콜에 비누물을 섞어 브래이크에 넣고 다닌다. 그래도 약간한 내리막을 달릴땐 정말 차처럼 달린다.

 

"창국아 이거 진짜차처럼 달린다. 그치?"
"중대장동지두 이게 정말차지 뭐 가짜 찹니까?"
"그래. 정말차 맞다. 조선아 달려라. 차다 차야~"

 

집으로 퇴근하면 아이들이 숯불 장난 하다가 오지않았나 물어본다. "아버지 냄새는 숯불냄새"

 

몇년 못가 북한의 산야에 나무가 없어졌다. 목탄차들은 또다시 엄중한 위기에 직면하였다.

위대한 공화국의 장군님께서는 강냉이 송치로 목탄을 대신해 쓰라는 지시를 하달하시였다. 가을이면 강냉이 송치를 모으기 위해 온 중대가 떨쳐나서야 한다.

 

아버지의 몸에서 나는 냄새가 바뀌였다.

 

헌데 또 문제가 생긴다. 휘발유는 목탄이나 강냉이 송치가 대신하고 브레이크액은 비누물이 대신한다 치는데 변속기유(씨올유)가 문제이다.

 

송탄유가 대용품이라는 당의 지시가 내려와 송탄유 작업조를 만들어 소나무 송진을 받아 끌여 데유에넣고 다니니 열 받으면 그럭저럭 쓸만한데 아침에는 차 배때기 밑에 불을 놓아야하니.

 

이래저래 북한이 산이 많은 나라라 여기까진 버텨왔는데 이제는 그마저 벌거숭이. 이젠 어쩌나.

나는 이리 왔는데 후배들은... 아 불쌍타. 인민군대 나의 후배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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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복 관리자 유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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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유 ip1 2011-02-02 10:29:32
    글을 참 재미있게 쓰셨군요,,,그리고 잘 읽었습니다...북한의 현실이 참 안됬군요..
    왜 그렇게 밖에 못사는지...정말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딱 한 놈만 없어지면 되는데..그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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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ark5286 ip2 2011-02-02 18:24:18
    남한 시골 집에는 화목 보일러. 북한에는 화목자동차. 서로 일맥상통하네요. 화목 자동차 화덕에 김정일 일당 집어 넣고 냅다 동해 바다로 달려라 시켜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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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민복 ip3 2011-02-03 01:23:37
    생생한 기록영화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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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땡이 ip4 2011-02-07 12:17:58
    참 거지같은 나라다 아직도 굴러가고 있으니 신기하다 정일이가 살아날길은 개방뿐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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