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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주지 못해 죄송합니다.
Korea, Republic o 아빠딸 1 1102 2011-10-07 22:42:16


아빠의 부고소식을 듣고...

오늘 1년 만에 고향에 있는 동생한테서 전화가 왔다.


아빠가 작년 12월에 뇌출혈로 사망하셨단다.


7년 전에 북송되어 5년 만에 집에 가니 아빠가 척추변형이 와서 하반신을 못 쓰고 계셨다.

늘 나한테 미안하다고 이름보단 우리 맏딸이라고 불러주시던 아빠였는데...

살아생전에 그렇게 술을 좋아하시고 뼈마디가 아파서 괴로우실 때마다 늘 술로 아픔을 이겨내시던 나의 아빠~

죽은 다음에 술 석잔 붓지 말고 살았을 때 술을 많이 달라시던 아빠~

그런 아빠가 지금은 고인이 되여 땅속에 묻혀있다.


4년 전에 재탈북을 결심하고 집을 나올 때 술 한 잔 하시면서 우리 맏딸 어디 가냐고 말씀하시던 백발이 된 아빠의 모습이 마지막 이였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는다.

이렇게 오래 못사시고 돌아가실 줄 알았으면 살아계실 때 더 잘해드렸을걸~~

먹고 사는 게 힘들어 술만 찾으시는 아빠한테 화만 냈던 지난 추억들을 생각하면 내가 불효자식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미여지고 찢어지는 것 같다.

다시 아빠가 살아계셨을 때의 지난날로 돌아가고 싶다.


아빠 미안합니다. 나 혼자 좋은 나라에서 혼자 좋은 것을 먹고 좋은 옷을 입고 행복해서 정말 미안합니다.

날씨도 쌀쌀하고 좀 있음 땅도 얼 텐데 땅속에서 기나 긴 겨울 얼마나 추웠을까?


이렇게 한 하늘밑에서 한달음에 달려갈 수 있을 거리에도 불구하고 가볼 수가 없다는 게 너무 비극적인 현실이다.

하루 빨리 통일이 되였으면 좋겠다.

통일이 아니어도 개방만 되어서 마음대로 오갈 수만 있어도 좋겠다.


이제 이달 18일이면 아빠의 생일이다.

고아로 자라셔서 정확한 생일도 몰라 당에 입당한 날을 생일로 정하셨다던 아버지~~

그런 아빠의 생일날 엄마는 또 얼마나 힘들어 하실까??


아빠 마지막 임종을 못 지켜드려 죄송합니다.

하지만 아빠~ 힘내서 잘 살게요. 불쌍한 엄마랑 내 형제를 위하여 열심히 힘을 낼거에요.

아무것도 모르고 북한땅에서 억울하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부모형제들을 위하여 잘 살거에요.


아빠 지켜봐주세요.

우리 고향땅을 위하여 억울하게 죽은 영혼들을 위하여 남과 북이 통일이 되는 그날까지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잘 살겠습니다.


아빠 하늘나라에서 부디 아프지 마시고 술도 적게 드시고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행복하게 사세요.

저 아빠를 원망은 많이 했어도 아빠 딸로 태여 난거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다음 생애에 태어난다면 그때도 아빠 엄마의 딸로 태여 날거에요.


아빠, 저 세상에서 불쌍하신 엄마랑 우리 가족 지켜주세요.


사랑합니다. 그동안 낳아주시고 키워주신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2011년 10월 7일 멀리 남쪽에서 아빠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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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모 ip1 2011-10-07 22:59:58
    삼가 명복을 빕니다.

    참으로 안타깝고 아픈 마음에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1년이 돼오도록 아직까지 생사를 제대로 알릴 수 없는 이 현실의 곧 분단의 비극이고 아픔입니다.

    우리의 인력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장벽 같은 이 비극이 언제쯤 가셔질런지... 참으로 비통한 마음뿐입니다.

    그래도 고향을 떠나올때 칠흑같은 캄캄한 속에서도 꿋꿋이 오늘을 향해 달려온 것처럼 앞으로의 미래도 분명히 만들어 갈 수 있을겁니다.

    부디 아버님께서 좋은 곳에 계시면서 훗날 따님과 가족들 모두 함께 밝게 웃는 그날을 지켜보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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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ㅇ ip2 2011-10-07 23:46:03
    글이 참 진솔하네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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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우요 ip3 2011-10-08 03:34:42
    힘 내시구요
    앞으로 좋은 날만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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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의일 ip4 2011-10-08 04:22:13
    남의일 같지않네요.
    고향에서 소식을 못들은지 오랬거든요.
    아버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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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oaz ip5 2011-10-12 06:28:42
    힘내세요!
    아마도 비슷한 처지에 계신 분들께도 힘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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