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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글(탈북녀 최진희씨글)
나그네 5 661 2005-02-06 16:38:56
탈북시인 최진이 씨 “국보법 폐지는 당연한 것 아닙니까?”

[데일리 서프라이즈 2005-01-29 18:35]


탈북 시인 최진이 씨는 박사학위까지 마친후 남한 사람들과 탈북자를 잇는 교량역할을 맡고 싶다고 했다.

“북한 여성들이 먹고 입고 살만한 조건이 되고 마음씨 착한 남자를 만날 운만 있다면 두세번 성매매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북한을 뛰쳐나오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조선작가동맹 출신으로 지난 1998년에 탈북한 시인 최진이 씨가 최근 한 인터넷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한 말이다. 인간을 동물화 시키는 절대기아 앞에선 그 어떤 정신적 가치도 설 자리가 없으며, 따라서 탈북여성들이 겪어야 할 행위가 어떤 비인간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그들의 탈북을 전폭적으로 지지할 수밖에 없다는 신념을 적극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다른 누군가가 우리 사회에 이와 같은 명제를 던졌다면, 그는 아마도 페미니즘으로 무장한 이들로부터 적잖은 저항에 부딪쳤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자리에 서기 위해 두만강을 두 번 건넌, 그리고 네 살짜리 아이를 안고 철조망을 9개나 뚫은 이 ‘철의 여인’의 말에 누가 함부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을까?

지난 27일 저녁 인터뷰를 위해 만난 최진이 씨는 자신이 등지고 온 “북한에 대해 매일 공부한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새로운 소식이 있는지 찾기 위해 북한 관련 인터넷 사이트를 매일 점검하고, 또한 북한에 대해 식견이 있는 인사들을 만나면 8~9시간 동안 앉아 대화를 나누면서 자신의 부족했던 사고를 보충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북한 정치집단들이 어떤 작용을 했길래 저런 현상들이 빚어진 것인지 인문학적·심리학적으로 파헤쳐 보려는 겁니다. 저는 문학을 하면서 그 점에 대해 계속 고민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권력층과 인민층을 동시에 아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권력층에 있던 사람은 북한 사회를, 인민층에 있던 사람은 권력층에 대해 잘 모릅니다.”

최진이씨는 북한 사회가 위계적인 사회라고 말했다. 권력층에 속해 있다는 것은 자신을 차별화 시키는 하나의 방법이며, 따라서 인민들은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받기 위해 시위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이와 같은 악습이 탈북자들에게 그대로 전이돼 서로 시기·질투하면서 어루만져주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많은 탈북자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좋은 것들을 많이 흡수하고, 이것으로 자신을 업그레이드 시켜야 함에도 그러지를 못합니다. 그 대신 사치를 통해 콤플렉스를 만회하려고 합니다. 이 사람들에게 진정한 길잡이가 될, 정착에 성공한 ‘탈북자 모델’이 필요한데, 아직 그런 게 없단 말입니다.”

그러나 최진이 씨는 이런 가운데서도 여느 탈북자들과는 달리 “모험을 해서라도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알아야 한다”며 한국 사회에 과감하게 발을 들여놓았다. 그는 특히 대학원에서 여성학을 전공하면서 그동안 풀리지 않았던 북한 사회의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과 함께, 한국 사회 전반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나갔다.

“노 대통령 품어안을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시문학을 전공한 시인의 감수성으로 읽어낸 우리 사회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넌지시 건넨 질문에 대한 최진이 씨의 대답엔 막힘이 없었다. 그가 먼저 문제 삼은 부분은 정치권에 대한 우리 국민의 자세. 모든 문제를 무조건 정치권의 탓으로 돌리는 국민 의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제가 지켜보니 국민들은 자기가 다 잘못하고 그 책임을 정치권에만 돌리더군요. 정치인들도 국민들 속에서 나온 사람이 아닙니까? 정치인들의 모습이 국민의 모습이고, 그들이 바로 국민을 표현하는 겁니다. 그러니 우리가 바뀌어야 정치권도 변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에게 뭘 해주길 국가에 바라기보다, 우리가 국가에 뭘 해줘야 하는지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이 말에 이어 최진이 씨가 꺼내든 대화의 소재는 바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것이었다. 그는 “노 대통령이라고 완벽하겠느냐”면서 대통령에 대한 아량을 베푸는 문화가 한국 사회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얘기를 들어보면 굉장히 논리적으로 옳습니다. 한 마디로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는 얘기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일부 국민들은 대통령을 욕합니다. 그가 남의 사람입니까? 한국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사회적인 현상들에 대해 제일 가슴아파하는 사람이 아닙니까? 대통령을 품어 안는 의식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최진이씨는 ‘탈권위화’를 노무현 대통령의 가장 큰 업적으로 꼽았다. 권위적 문화 속에서 살던 사람들에게 이는 굉장히 신선한 일로, 이 하나의 업적만으로도 노 대통령은 자신의 소임을 다한 것이란 게 그의 평가였다. 그러면서 “탈권위화는 거대한 공정인만큼 좀더 여유를 갖고 지켜봐야 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내친 김에 지난 연말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의 논리는 정연했으나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다른 탈북자들의 견해와는 달리 국가보안법 폐지에 찬성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한국 사회는 이제 변해야 합니다. 국가보안법에 목숨을 거는 것은 재래식입니다. 낡은 옷을 앞에 놓고 ‘그 옷 없으면 못 산다’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한나라당 등이 국가보안법을 지키겠다고 하는 것은 자기 자리를 보전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겠습니까? 그 정도의 속마음은 탈북자인 저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시인인 최씨는 그러면서 “남과 북이 인격 대 인격으로 만나는 장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쪽은 오래된 옷을 한꺼풀 벗고, 북쪽 또한 아비규환의 상태를 상품화 시켜서 남북간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는 기존의 행태는 이제 중단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비치기도 했다.

“10년 앞을 내다보며 현재를 살고 있다”

최진이 씨는 얼마 전까지 자신의 저서를 출간하는 일에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2년여 동안 공을 들인 끝에 오는 2~3월께 세상에 모습을 보이게 될 그의 저서엔 성장기에서부터 한국 입국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고 한다. 이 책을 가리켜 최 씨는 “문장화 된 북한에 대한 생생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애초 책을 내기로 했던 출판사가 바뀌는 등 우여곡절 끝에 나오는 저서이지만, 그런 까닭에 출판을 앞둔 그의 표정은 한결 홀가분해보였다. 그는 특히 이번 책을 내면서 문장훈련을 제대로 했다고 스스로 만족스럽게 평가하면서, 새삼 바른 언어 사용에 대한 집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이 책에 어떤 제목을 붙여줄지 고민하고 있다고 귀띔해줬다.

하지만 이 하나의 성취에 그는 만족하고 있지 않은 듯 하다. 그는 대학원 논문을 준비해야 한다면서 분주해진 마음을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안 그래도 생각해보니 인터뷰를 위해 들어간 그의 집 책상엔 토플책이 펼쳐져 있었다. 논문 학기에 들어가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마흔 여섯의 나이에 그는 영어공부에도 열중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석사학위 논문을 마친 뒤, 박사학위에까지 도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고를 써서 기고해봤자 5만원 정도 밖에 받지 못하는 힘든 상황이지만, 박사과정을 마치면 전망도 생기고 일감도 주어질 것이라고 희망 섞인 얘기를 했다.

“북한에 있을 땐 하루가, 아니 한끼가 새로웠습니다. 그런데 하루라는 눈 앞의 시간을 생각하면 위기상황임에 분명한데, 한 10년쯤 앞을 내다보니 숨이 트이더군요. 한국 사회에 그냥 정착한 것과 달리 학교를 나오면 사람들도 다르게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물론 하루하루가 고독하지만, 그 과정에서 제가 얻는 것도 있을테고...”

하지만 최진이 씨가 내보인 강한 성취욕구는 분명 그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닌 듯 하다. 그는 이른 시간 안에 한국 사회 시민들과의 이질감을 줄여나감으로써 이들과 탈북자들 사이를 잇는 교량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 민족간의 거리를 좁히고 통일을 앞당기는 최진이씨만의 방법인 것처럼 말이다.

“한국 사람과 북한 사람 사이에서 교섭을 해주는 사람이 많이 나타나야 합니다. 지금 탈북자들은 한국 사회가 자신들을 소외시키고 있다고 말하고, 한국 사람들은 뭘 더 도와달라고 하느냐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 간극을 메워야 남과 북이 하나가 되는 길이 열리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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