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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전술' 이번에도 통할까
동지회 569 2006-06-19 16:26:56
’무조건 요구하기, 고함지르기, 위협하기, 교묘히 발뺌하기, 협상시한 설정하기, 협상장소에서 퇴장하기’

한반도를 먹구름으로 뒤덮은 이번 제2차 미사일 위기는 물론 그동안의 북핵협상 과정을 잘 들여다보면 스콧 슈나이더가 그의 저서 ‘벼랑끝 전술(Negotiating on the Edge)’에서 제시한 온갖 ’도박기법’들이 북한에 의해 구사됐음을 알게 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지난 1일 불쑥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요구조건을 내세운다.

“미국이 진실로 공동 성명을 이행할 정치적 결단을 내렸다면 그에 대하여 6자회담 미국측 단장이 평양을 방문하여 우리에게 직접 설명하도록 다시금 초청한다”는‘요구’로 시작된 이 성명은 이어 ’고함지르기’와 ’위협하기’로 연결된다.

“미국이 우리를 계속 적대시하면서 압박 도수를 더욱 더 높여 나간다면 우리는 생존권과 자주권을 지키기 위하여 부득불 초강경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고함치고 위협’했다.

여기서 말하는 ’초강경조치’는 결국 미사일을 염두에 둔 복선인 것으로 외교 분석가들은 보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가 모종의 조치를 취할 테니 너희(미국)도 성의를 보이라. 그렇지 않으면 파국’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의도를 선의로 보느냐 여부를 차치하고 외교가의 관심은 ’과연 이번에도(이러한) 벼량끝 전술이 성공하느냐’에 쏠려있다.

북한이 감행한 ’도박’의 성패여부는 지난해 11월 이후 교착국면에 빠진 북핵 6자회담의 앞날은 물론 한반도 정세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대형 변수로 판단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서울의 한 외교소식통은 “상황이 이렇게 된 만큼 북한이 진짜 미국 본토까지 사거리에 두고 있는 최첨단 대륙간탄도미사일(대포동2호)를 갖고 있는지, 아니면 ’늑대소년’에 불과한 지를 알고 싶어하는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벼랑끝 전술의 ‘승리’로 귀결됐던 1998년 1차 미사일 위기 때와는 크게 달라진 흐름이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무엇보다 1998년 당시에는 대북 협상론을 견지해온 미국의 클린턴 정부가 있었으나 지금은 ’강성’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상대하고 있다는 점이 자리한다.

8년전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이 대포동 1호를 사전 예고없이 발사하며 일본을 경악시키는 등 국제정세를 흔들자 처음에는 초강경 조치를 취하려다 결국 미사일 협상을 재개했다.

북미간 미사일 협상은 1994년 제네바 합의에 따른 화해무드 속에 1996년 4월 처음 열렸다.

그러나 협상이 지지부진하던 차에 대포동 1호라는 장거리 미사일이 발사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미국의 안보 위협 현안으로 부상한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클린턴 행정부는 상당한 양보를 했다. 2000년 10월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 사상 최초로 북한을 방문해 미사일 문제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직접 협의한 것도 이 때다.

당시 클린턴 행정부가 마련한 ’선물’에는 미사일 발사포기를 조건으로 대북 경제제재 전면해제라는 승부수가 포함돼 있었다. 미사일을 위협수단으로 했던 북한의 의도가 어느 정도 먹힌 셈이다.

하지만 북한과 미국은 미사일 협상의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고 그 사이 미국의 대통령이 부시로 바뀌었다.

북한 정권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있는 부시 정부는 대북 공세의 강도를 높여갔다.

미사일 문제와 별도로 핵 위기가 불거져 북한을 압박하던 부시 행정부는 한국과 중국의 적극적인 개입 등 주변 정세의 변화와 맞물려 북핵 6자회담이라는 협상공간에서 핵 문제를 다루고 있다.

진작부터 핵과 함께 미사일을 ’위협수단’을 생각하던 북한은 지난해 6월 방북했던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에게 미국과 수교하고 우방이 된다는 전제하에 “장거리 미사일과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다 폐기하겠다”는 카드를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은 유화제스처를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4차 6자회담에서 이끌어낸 ’9.19 공동성명’의 이행을 놓고 북미간 갈등이 노정됐고 이어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를 통해 북한의 돈줄을 죄고 위폐문제까지 제기해 대북 압박수위를 높였다.

북한은 최후 통첩 성격으로 ‘6.1 외무성 대변인 담화’까지 제시했지만 냉담한 거부에 직면했다.

부시 행정부의 무반응이 계속되자 결국 2차 미사일 발사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어떻게 보면 공은 이제 미국측에 넘어간 형국이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상황을 감안하면 미국은 ’양보할 뜻’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미사일을 쏴봐라. 강력한 응징에 직면할 것’이라는 강경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파국을 원치 않는 한국과 중국 정부가 바빠진 것은 물론이다.

북한에게 ’무모한 모험’을 하지 말라는 설득작업과 함께 미국을 향해서도 “혹시 달랠 의향은 없는지”를 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외교소식통은 “정부 고위당국자가 ’이대로 가다간 발사될 것같다’고 말한 것은 미국과 북한의 동향을 정밀 분석한 뒤 내린 결론”이라면서 “벼랑끝 전술과 강경 대응이 교차하는 한반도 정세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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