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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대학 기숙사 잠자리서 낄낄 대던 이야기들
주성하기자 2011-02-18 07:33:02 원문보기 관리자 2038 2011-02-24 02:58:14

블로그 글이 항상 정색할 수는 없다.


대학 때 공부하다 정전이 되면 동창들은 기숙사 방에 누워서 서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라고 독촉하기도 한다.


그때 서로 들려주면서 낄낄~거리던 이야기 두 개를 올린다.


물론 각종 유머가 풍부한 한국적 기준에서 볼 때는 별 재미 없는 이야기로 취급될 수 있겠지만, 북한 사람들은 어떤 류의 이야기를 하면서 웃고 사는지 엿볼 수 있을 것이다.



함경도의 한 해안가에 사는 어떤 사람이 자강도의 깊은 산골에 사는 친척이 결혼식을 올린다는 전보를 받았다.


그는 품을 들여 준비한 수산물을 한 배낭 메고 며칠 동안 기차를 타고 어렵게 자강도를 찾아갔다.


배낭 안에는 문어, 게, 각종 말린 생선 등 바닷가 특산물이 잔뜩 들어있었다.


잔치집 며느리는 식이 다 끝나고 상에 올랐던 해산물 중에 제일 고급스러운 것을 이 집안 제일 웃어른인 시아버지에게 드렸다.


그 중에는 털게도 있었다.


심심산골에는 아직도 봉건 유교도덕이 크게 남아있는 터라 며느리는 시아버지 방에 상을 들여놓은 뒤 다시 미닫이문을 닫고 밖에 나왔다.


시아버지가 식사할 때는 늘 그랬던 것이다.


그런데 평소에 20~30분이면 식사를 마치는 시아버지가 아무리 시간이 지났는데도 상을 물리라는 이야기가 없는 것이다.


이상하게 생각한 며느리가 방안에 들어가니 글쎄 시아버지의 입이 피범벅이 된 것이 아닌가.


며느리를 보자 시아버지가 하는 말이.


“이 고기는 맛은 있는데 가시가 많아 틀렸어.”


털게를 생전 처음 보는 시아버지는 그것이 고기인줄 알고 껍질째 몽땅 씹어 드셨던 것이다.



(※간단한 배경설명


-북한에서 함경도와 자강도는 왕래하기가 참 먼 곳이다. 여행증 떼는 것도 어렵지만 기차를 타도 며칠 씩 걸리기 때문에 정말 결혼과 같은 중대사가 없고서는 좀처럼 찾아가기 힘들다.


-자강도는 해산물을 접하기 참 어려운 곳이다. 사람조차도 한번 가려면 며칠 씩 걸리는데서 보다시피 교통난이 심각하다보니 여타 물품 수송은 참 어렵다. 더구나 냉장시설 같은 것이 전무하다시피해서 자강도 양강도와 같은 내륙지역에선 해산물을 구경하기 하늘의 별따기다.


-물론 모든 이야기가 그렇듯이 이것도 그런 현실에 약간의 과장이 첨부돼 웃자고 만들어진 것이다.)



양강도 심심산골에 무슨 일인지 어느 날 바닷가에서 생선 장수가 찾아왔다.


난생 처음 보는 해산물을 잔뜩 가져오다보니 동네 사람들이 너도나도 나와서 구경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감자농사만 짓는 이 산골 마을은 너무나 가난했다. 거기다 먼 곳에서 등에 업혀 온 생선은 너무나 비쌌다.


이런 까닭에 사람들은 구경만 할 뿐 선뜻 생선을 사지는 못했다.


상촌 마을 최 영감네 새댁도 생선을 사지는 못하고 계속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참다못한 생선장사는 “이봐, 새애기, 고기는 계속 그렇게 만지면 못쓰게 돼. 가”하고 쫒아버렸다.


그날 저녁 일을 마치고 돌아온 최 영감네 밥상에 예전처럼 시래기국이 올랐다. 그런데 예전보다 훨씬 맛이 있어 최 영감은 국 한 그릇을 뚝딱 마셔버렸다.


“새기야, 오늘 국이 너무 맛있다. 어떻게 끓인거니?”


새애기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아버님, 오늘 생선장수가 왔는데 고기 살 돈이 어디 있나요. 그래서 계속 만지작거리며 손에 비린내를 잔뜩 묻힌 다음 집에 돌아와 그 손을 국물에 휘휘 저어서 국을 끓였죠. 어때요, 저 머리 좋죠?”


그런데 칭찬해줄 줄 알았던 최 영감이 인상을 찡그리더니 화를 내는 것이 아닌가.


“너 그렇게 머리가 안도니. 그 손을 집 물동이에 넣어 휘저었으면 우리가 한달은 비린내를 잘 맡으며 물을 먹었을 텐데... 한 끼 국으로 끝내다니. 너무 아까워 죽겠군.”


자기 딴에는 기지를 발휘한 것인데 최 영감이 저리 나무라니 새댁은 너무나 서러웠다.


차마 집에서 눈물을 흘리지는 못하고 동네 우물가에 나와 훌쩍거리며 울기 시작했다.


저녁에 물 길러 나왔던 아낙들이 우는 새댁을 보고 안타까워 왜 그러냐고 사연을 물었다.


그래도 자신을 동정해주는 아낙들이 고마워 새댁은 사연을 말해주었다.


그랬더니 아낙들의 눈에서 방금까지의 동정의 눈빛이 사라지더니 너도나도 돌변해 한마디씩 한다.


“이봐, 새댁. 참 양심도 없소. 그 좋은 걸 혼자만 먹으려 했소? 그 손을 우물에 와서 휘휘 저으면 동네 사람들이 일년은 비린내를 맡으면서 살 수 있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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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 이야기가 나온 김에 TIP 하나.


식당에 간 철수는 여종업원이 국그릇을 가져오는 것을 보고 기겁했다.


여러 개의 그릇을 한꺼번에 날라 오다보니 종업원의 엄지손가락이 국물 속에 들어가 있었던 것.


점잖은 철수는 직접 화를 내지는 못하고 에둘러 말했다.


“아주머니, 손가락이 뜨거울텐데요.”


그러자 종업원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대답했다.


“습관 돼서 일없어요.”


(여기에도 이 비슷한 유머가 있는 것 같다. 북에서도 저 유머가 돌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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