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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대표음식 속도전떡과 펑펑이떡을 소개합니다
주성하기자 2011-02-28 07:16:19 원문보기 관리자 10285 2011-03-01 15:23:04

앞서 짝강냉이와 강냉이국수 이야기를 했다. 산지가 발달하고 논이 적은 북한에서는 옥수수는 매우 중요한 작물이다.

북한의 옥수수 생산량은 대충 미루어 봐도 200만 톤 정도쯤 됐다. 이에 비해 남쪽은 생산량이 5만 톤 정도 된다. 남한은 대부분 찰옥수수라 정보당 수확량이 떨어진다.

예전에 남쪽에서 ‘옥수수박사’로 알려져 있는 김순권 박사가 운영하는 국제옥수수재단이 북한에 옥수수 종자를 보내주는 운동을 주도한 적이 있다.

좋은 옥수수 종자를 보내줘서 정보당 생산량을 높여주어 북한이 먹는 문제를 자력으로 해결하게 하겠다는 의도이다. 그래서 북한에 ‘슈퍼 옥수수 심기 운동’이 벌어졌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북한 농업과학원 연구사로 있다가 탈북한 이민복 씨인데 “옥수수 심기 운동은 옥수수를 60만 정보나 심는 북한이 아니라 불과 2만 정보만 심는 남한에서 벌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남한이 자랑하는 ‘수원 19호’ 종자 수준의 옥수수 종자는 북한에서 이미 30년 전에 만들어냈다”면서 “슈퍼옥수수 종자는 남한이 아닌 북한에 있다”고 말한다.

이 씨는 또 북한의 생산량이 떨어지는 것은 옥수수 종자가 좋지 못해서가 아니며 종자는 좋지만 비료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기계화가 잘 돼 있지 않은 등의 원인도 작용한다.

비료를 제대로 주지 못해 얼핏 보아도 앙상한 옥수수밭 사이를 북한 어린이들이 뛰어다니고 있다.

어느 쪽의 말이 맞는지는 단정할 수는 없다. 국제옥수수재단은 북한뿐만 아니라 동남아 등 가난한 나라들에 좋은 옥수수종자를 공급한다는 목적을 내걸고 지난해에도 3억3000만 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았다.

옥수수 종자 연구에는 공업 분야처럼 최첨단 기술력보다는 수십 년에 거친 꾸준한 육종 실험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옥수수 연구 인력은 북한이 남한보다 최소한 수십 배는 많고 연구 재배지도 훨씬 더 많다.

나도 한국에 와서 찰옥수수를 많이 먹어봤는데, 사실 남한의 주력 옥수수 종자인 찰옥수수만 놓고 봐도 북한 것이 훨씬 더 크고 맛도 좋은 것 같다.

그러니 남쪽에서 심지 않는 일반 옥수수는 더 말할 것도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제 아무리 슈퍼 옥수수 종자라도 비료가 없는데야 어떻게 방법이 없다.

그러니 내 보기에도 북한에 슈퍼 옥수수 종자를 보내주는 운동은 필요한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함부로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은 남쪽은 그래도 세계 최대 옥수수 생산국인 미국과 가까운 나라니 미국 쪽에서 좀 배운 것이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물론 나라마다 기후가 다르기 때문에 미국 옥수수 종자가 남쪽에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북한에서 워낙 옥수수를 많이 먹다보니 옥수수 가공 기술도 발달돼 있다.

옥수수를 앞서 말한 짝강냉이와 강냉이국수로 가공해 먹긴 하지만 떡으로 해먹기도 한다.

현대차 노조가 2007년 평양 모란봉구역에 지어준 국수공장에서 노란 강냉이국수가 뽑혀 나오고 있다. 사실 저런 식으로 지원하는 것을 보면 웃긴다. 강냉이가 없고 전기가 없어 못먹지, 참...국수공장이 없어 못먹나? 참고로 강냉이국수는 냉면이 없다. 찬물에 들어가면 굳어지기 때문이다. 강냉이 국수는 더운 물에 먹는 온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방식으로 가공한 옥수수떡은 남쪽에 없어 오늘 소개 좀 하려 한다.

그 떡의 이름은 특이하다. ‘펑펑이떡’이라면 여기서도 대충 개념을 이해할 분들이 있겠지만 ‘속도전떡’이라고 하면 알아듣는 분들이 많지 않을 것이다.

펑펑이떡과 속도전떡은 같은 종류인 것 같으면서도 조금은 다르다.

한국에 온 탈북자들의 상당수는 아마 북에서 많이 먹던 속도전떡과 펑펑이떡을 먹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하면서 살 것이라고 본다.

펑펑이떡은 펑펑이를 가루 내서 물에 반죽한 뜻이다.

펑펑이를 여기서 뭐라고 하는지 주변 기자들에게 설명을 해주고 물어봐도 다 옥수수 뻥튀기라고 한다. 그거하고 다른데, 북에서도 여기서 말하는 옥수수 뻥튀기는 간식으로 많이 해먹는다.

북에선 펑펑이도 간식으로 먹기는 한다. 분명 여기 와서도 길거리에서 트럭을 몰고 다니면서 뻥튀기를 하는 사람들이 간혹 펑펑이를 걸어놓고 파는 것을 보았다.

펑펑이를 뭐라고 하는지 몰라서 정말 아래 사진을 찾느라 품이 많이 들었다. 펑펑이가 나오는 기계 사진인데 이렇게 구불구불하게 나온 노란 막대기 같은 것이 펑펑이다.

이 펑펑이는 노랗지 않고 좀 하얗게 보이는데 아무튼 나오는 원리는 이와 비슷하다.

이 펑펑이를 다시 보드랍게 가루로 만든 것이 펑펑이가루고, 펑펑이가루를 소금과 사카린(또는 설탕)을 약간 풀어 넣은 물로 반죽하면 펑펑이떡이 된다.

속도전가루는 펑펑이가루와는 보기에는 노란 가루로 똑같이 보이지만 만드는 과정은 다르다. 북한에선 속도전가루를 강냉이변성가루라고도 한다.

즉 옥수수를 높은 압력과 열 속에서 가루로 만드는 것인데, 이미 가루는 다 익었기 때문에 이것도 펑펑이가루와 마찬가지로 물로 그냥 반죽하면 된다.

속도전가루를 퍼서 그릇에 넣고 물을 넣어 손으로 주물럭주물럭 반죽하는 시간은 5~10분 정도면 충분하다. 물을 적당히 넣고 단단하면서 쫄깃하고 탄성 있게 개는 것이 포인트다.

다 만든 펑펑이떡와 속도전떡은 먹기 좋게 조약돌처럼 동글동글하게 뜯어서 기름을 살짝 바른 뒤 그릇에 놓는다.

이것이 펑펑이떡(또는 속도전떡)이다. 겉만 봐서는 둘이 똑같다. 찰기는 찰떡에 비교할 정도다.

기름을 바르는 것은 맛을 내기 위한 목적도 있고, 서로 붙지 않게 하는 목적도 있고, 또 옥수수의 특성상 빨리 굳어서 겉이 딱딱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펑펑이떡과 속도전떡은 참 주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 음식이다.

휴대하기 편하기 때문에 여행할 때 도중식사용으로도 많이 갖고 다닌다. 물이 없거나 버무리기 힘든 조건이면 그냥 가루를 퍼서 먹기도 한다. 가루가 입에서 침과 버무려져 떡이 되는 것이다.

또 작식이 편하기 때문에 집에 두고 시간이 없을 때 갑자기 비벼 먹기도 한다. 속도전떡이라는 이름은 이렇게 빨리 비벼 먹는 떡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펑펑이떡과 속도전떡은 별다른 반찬이 없이도 떡만 먹어도 맛있기도 하다. 김치 하나면 충분하다. 거기에 한번 잘 가공됐기 때문에 소화흡수율도 높다.

하지만 단점이라 할만한 점도 있다. 맛은 있지만, 떡이라 너무 많이 먹는다는 것이다.

옥수수 1㎏이면 가루를 700~800그램 정도 바꾸어주는데, 이 정도량을 버무려 떡을 만들면 웬만한 사람은 혼자서도 먹는다.

사실 옥수수 1㎏을 풀죽을 써서 먹으면 이틀은 먹는데 말이다. 그러니 가난한 집은 펑펑이나 속도전가루 떡은 매우 귀한 음식일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는 속도전떡을 더 좋아한다. 펑펑이떡보다 탄성이 더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마다 호불호가 다르다.

그리고 어느 방앗간에서 만드는가에 따라 가루가 맛있고 없고가 결정된다. 맛있는 가루를 만드는 방앗간에 줄이 길게 늘어서고 교환 비율도 좀 높다.

한국에 오니 북에서 인기 음식인 펑펑이떡과 속도전떡은 영원히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나처럼 이 떡을 그리워하는 탈북자들이 많은가 보다. 북에서 펑펑이가루를 들여와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파는 탈북자도 생겨났다.

탈북자단체 평화통일탈북인연합회 소속 회원들이 서울에서 펑펑이떡을 만들어 먹고 있는 모습. 그러고 보니, 이번 주 금요일(4일) 저녁에 왕십리에서 북한의 또 다른 대표음식 ‘두부밥’을 나눠먹는 모임이 있는데 시간되신 분은 와도 돼요. 먹을 건 나눠 먹어야 제 맛이죠.^^

북한 모 도시의 방앗간에서 펑펑이가루를 만들어 강을 넘고, 바다를 건너 온 가루란다. 그렇지만 들인 품에 비하면 그렇게 비싸다고 생각되지도 않는다. 물론 여기 사람들은 이 이상한 음식을 사먹지 않는다.

나도 반가워서 한번 주문해봤다. 그랬더니 차를 타고 직접 집까지 배달해준다. 2키로밖에 주문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만큼 한국에서 살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 마음이 아팠다.

가루를 받아들고 반가운 마음에 옛 솜씨를 발휘해 손수 반죽을 했다. 그런데 이게 뭐람. 맛이 영 옛날 맛이 아니다. 또 속도전가루라고 해서 샀는데 이건 분명 펑펑이가루였다.

가까운 북한 사람 몇 명 불러다 먹어보게 했더니 그들도 이구동성으로 이 가루가 펑펑이가루치고는 맛이 없는 가루라고 한다. 나도 그리 생각되긴 했다.

그래서 한번의 시도만 해보고 다신 손이 가지 않았다. 버리긴 아까워 냉장고 위에 1년 넘게 보관하고 있다가 어느 날 이제는 못 먹겠지 여기고 아깝게 버렸다.

그런데 진짜로 그 가루가 맛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도루묵(북에선 도루메기라고 한다) 왕이 돼버린 것인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물론 전자라고 굳게 확신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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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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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도전떡 ip1 2011-03-02 17:06:49
    속도전떡이랑 두부밥 너무너무 먹고싶어요. 어디 파는곳 아는분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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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ibuli ip2 2011-03-02 22:48:37
    저거 손에다 그릇에다 다 발랐네. 비닐 봉지에다 가루 넣고 적당량의 물을 조절하며 문대면 엄청 간단한데 반년전까지 무지무지 먹었지 전거리 12 교화소에서 아직도 저것 못먹어서 죽어가는 인간들이 너무 많다. 보니까 가슴이 짠하게 아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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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땡칠 ip3 2017-08-16 18:36:09
    속도전가루 어디서 파는지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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